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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에게 "家情"을 만들어줍니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9-07 조회수 5923
가정위탁 현황과 문제점

# 위탁아동 경훈이

부산 수영구 망미1동 노인요양시설 "고향의 집"(원장 최현자·51)에 지난달 5일 경훈(10·가명)이가 들어왔다. "노인시설에 웬 어린애?"라고 하겠지만,경훈이는 최 원장이 개인적으로 구청으로부터 일정 기간 양육을 위탁받은 아이다.

지난 12일 오후,경훈이를 보기 위해 찾은 "고향의 집"은 예상과는 달리 평범한 주택가 일반 2층 양옥이었다. 1층은 노인들 주거용으로,2층은 상담실 겸 최 원장 가족들이 사용한다고 했다. 경훈이는 2층 거실에서 학원에서 받아온 수학 과제물로 한창 공부 중이었다.

"초등학교 5학년인데도 1학년 수준의 학력밖에 안돼요. 하지만 하려는 욕구는 대단합니다." 최 원장의 말을 들으며 경훈이를 바라보니,순박해서 누구한테든 귀여움을 받을 인상이었다.

경훈이가 4세 무렵,어느 종교단체에 빠져 있던 엄마는 급기야 집안의 돈을 몽땅 들고 집을 나가 버렸다. 건설회사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그런 엄마에 대한 미움을 경훈이에게 돌렸다. 아버지는 경훈이를 시골의 할머니에게 보냈지만 70세가 넘은 할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인 할아버지 뒷바라지만으로도 힘겨웠다. 최근 할머니 건강이 나빠지면서 경훈이는 다시 아버지에게로 돌아왔다. 아버지는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며 구청에 가정위탁을 의뢰했고,구청이 최 원장을 알선함으로써 경훈이와 인연을 맺게 됐다.

경훈이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서 지내는 노인은 할머니 8명. 경훈이가 할머니들에게 안기는 것이 스스럼없다. 할머니들도 그런 경훈이가 반갑고 좋은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최 원장의 말.

"애가 할머니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이곳 노인분들과 함께 잠을 자며 떨어지지 않으려 해요. 본성이 착하기 때문이죠. 이런 애가 다른 애들처럼 화목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아빠가 언제 데리러 올지 모르지만 가능한 한 경훈이를 오랫동안 키우고 싶습니다."

남의 아이를 키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최 원장은 위탁 아동들에 대한 사회와 정부의 관심이 너무 적다고 한탄했다.

"현재 위탁가정에는 아무런 지원이 없습니다. 경훈이도 학습을 지도해 줄 봉사자나 양육비 같은 것도 있으면 훨씬 도움이 될텐데…. 보호가 필요한 아동과 위탁을 원하는 가정을 연결시켜 주는 정보나 시스템도 부족한 것 같아요."

# 가정위탁지원센터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어떤 형태로든 다른 가정에 위탁돼 보호되고 있는 아동은 지난해 6월 현재 전국적으로 4천986명. 하지만 4천986명 중 92.9%에 해당하는 4천630명은 친·인척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으며,일반 가정 위탁은 356명으로 7.1%에 불과하다. 거기다 실제로 가정위탁을 필요로 하는 아동이 얼마나 되는지는 정확한 통계조차 나와 있지 않다.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아동 위탁의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지난 4월 전국 각 시·도별로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지정했다. 부산에서는 한국어린이보호재단에서 운영하는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051-647-1888)가 운영 중이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요보호 아동 조사,위탁가정 발굴 및 교육,위탁 연결 및 상담,법률자문,의료지원,재정적 후원 등의 활동을 정부의 지원을 받아 펼치는 기구. 위탁사업 대상으로는 15세 미만의 소년소녀가장 또는 부모의 질병,가출,학대 등으로 단기간 보호가 필요한 아동이다.

아이를 위탁받아 보호할 수 있는 가정의 조건은 먼저 가족 구성원의 건강이 양호해야 하며 부모의 교육수준도 고졸 이상을 요구한다. 또 결혼한 지 3년 이상된 부부로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 연령은 30~60세,주거환경 및 경제적 여건도 아이를 돌보기에 적합해야 하며,가족 전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 보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홍보가 덜 되고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탓에 가정위탁지원센터의 활동은 아직 미미한 수준. 지난달 엄마가 가출한 가정의 9세 여자아이를 다른 가정에 연결시켜 줬지만,3주 만에 친모가 나타나 아이를 데려가는 등 위탁 연결에 있어서도 이렇다 할 성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부산지원센터의 신애진 사회복지사는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혈연중심의 문화가 팽배해 있어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우는 일에 소극적이다. 또 요보호 아동의 문제는 개인이나 가정이 아니라 사회·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데도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위탁가정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는 점도 문제. 현재 부산지원센터를 통해 아동을 위탁받을 경우 해당 가정에 지원되는 경비는 양육 보조비 형태로 국비 6만5천원,시비 4만5천원 등 모두 11만원에 불과하다. 일반 아동보육시설과 달리 자원봉사자를 이용할 수 없는 등 제도적인 허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신 복지사는 "아동보호의 대안적 차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 양육단체에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아동에게 가정과 같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정책적 관점을 양육단체에 두는 것은 최후의 수단이자 꼭 필요한 경우만을 염두에 둔 조치여야 할 것이다. 가정위탁에 대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임광명 기자

<부산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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