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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려는 빈곤층" 정부가 취업 시켜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9-07 조회수 5730
3일 빈민 아파트인 서울 강남구 수서동 707번지 영구임대아파트의 러시아워(rush hour)는 새벽 5시에 시작돼 30분쯤 뒤 곧바로 끝났다. 새벽 5시쯤 50·60대 중·장년 여성들이 구청이 제공한 공공취로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아파트를 빠져나가자 30분 뒤 도착한 첫 마을버스에 중년 남성과 여성들이 건설 일용직과 파출부 일을 위해 올라탔다.
한 시간쯤 뒤 아이들의 등교 행렬이 지나가고, 아침 8시부터 술 취한 주민들이 상가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새벽에 떠나는 일꾼들이 늘어나면 아침 술꾼이 줄고, 일꾼들이 적으면 술꾼이 늘어나는 것이 이곳의 독특한 풍경"이라고 주민들은 말했다. 전기공인 주민 김모(46)씨는 "지금은 작년보다 새벽에 일 나가는 사람이 30% 정도 줄고, 아침 술꾼은 그만큼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가 나빠지면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술독에 빠져 건강까지 해치는 경우가 많은 계층이 이들 빈곤층이다.

◆ 직업 없이 자활(自活) 없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들의 가장 큰 걱정은 자녀들의 실직 문제다. 건설현장 막일을 하는 최모(53)씨의 경우 아들이 올해 2월 상업고를 졸업했지만 지금껏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최씨는 "자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가족 전체에 대한 생계비 지원이 끊어지기 때문에 졸업 후 반드시 직장을 얻기 위해 실업고를 보냈는데…"라며 허탈해했다.

빈곤층 자녀들이 주로 입학하는 실업계 고교는 1992년만 해도 졸업생 10명 중 8명이 직장을 구했다. 하지만 작년(2002년)에는 실업계 고교 졸업생 10명 중 6명이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실업고의 몰락은 빈곤층 가정의 장래에 큰 타격으로 돌아오고 있다.

유정순(柳貞順) 상명대 교수(빈곤문제연구소장)는 "직업구조가 점차 지식 기반형으로 변하면서 빈곤층 가장(家長)은 물론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빈곤층 자녀들의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에 실시한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전체 실업률은 2%에서 3.1%로 소폭 높아졌지만, 빈곤층 실업률은 5.1%에서 11.7%로 2배 이상 늘었다. 직업이 없는 빈곤층의 자활(빈곤 탈출)은 전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 재기(再起)의 꿈을 꺾는 질병

이 아파트에 사는 권모(43)씨는 13년 전 위암에 걸린 뒤 빈곤층으로 주저앉았다.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고향 보은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상경, 서울 명동의 한 식당에서 주방장으로 일하면서 가정을 꾸리고 중산층을 꿈꾸던 그였다. 하지만 위암에 걸린 뒤 모아놓은 전세금과 저축을 모두 수술비로 털어넣고, 1992년 이곳 빈민 아파트로 집을 옮겼다. 56㎏이던 그의 몸무게는 지금 45㎏. 그를 대신해 파출부와 막노동으로 생계를 꾸리던 아내(38)도 지난주 척추디스크에 걸려 병원에 입원했다.

외동딸(중학교 2학년)을 둔 권씨는 "돈을 벌겠다며 학교를 중퇴하고 유흥업소로 빠지는 여자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귀를 막고 싶어진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빈곤층이 질병에 걸리는 경우는 비(非)빈곤층의 3배, 가장이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는 2.4배에 달했다. 우리 사회에서 질병은 곧 '가난의 대물림'이다. 석재은(石才恩)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보험 재정의 태반이 감기나 설사 같은 가벼운 질병을 고치는 데 들어가기 때문에 중한 질병에 걸리면 재산을 탕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대책은 있다

전문가들은 빈곤층 실업의 경우 국가가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들이 극빈층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한선을 두고 빈곤층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신체가 건강한 빈곤층에 일거리를 줄 때는 일 할 동기도 함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대명(魯大明) 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빈곤층에 직접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활(실업구제) 사업이 부지런히 일을 하는 사람과 게으른 사람, 기술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전혀 차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차별화를 통해 빈곤층의 노동 의욕을 자극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문제의 경우 문진영(文振榮) 서강대 교수는 "일정 소득 이하의 빈곤층 가운데 만성질환자나 고액 진료비 질환에 대해 의료 급여를 지급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자는 국가 예산에서 의료 급여를 받지만 준(準)빈곤층(차상위 계층)은 삶은 궁색하지만 국가의 복지 혜택을 거의 못받고 있다.

/기획취재팀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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