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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자살 ①>급증하는 노인자살…조각난 무병장수의 꿈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6-02 조회수 8711
"불미스럽게 생애를 마감할 수 밖에 없는 내 처지를 이해해 주게. 늙고 병들고 재산도 날려버린 초라한 독거 생활을 더이상 지속 할수가 없었네. 지금의 생활을 계속한다면 머지않아 정신병자나 치매환자가 되고 말 것만 같네. 그런 지경에서 시중을 받으며 연명한다는 것은 너무도 끔찍한 비극이야. 세상사 모든 부분에서 뒤떨어진 낙오자인 나는 더이상 우매한 삶을 이어갈 의욕을 상실한지 오래됐네."


올초 경기도에서 자살한 70대 독거노인이 남긴 유서다. 10여년 전 아내와 사별한 뒤 홀몸으로 살아온 이 노인은 담담하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며 이 세상과 작별했다.

"무병장수"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열망이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최고의 노인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무병장수는 어느덧 조각난 꿈이 되어가고 있다. "1초라도 더 살고 싶다"는 불치병 환자의 외침보다 남은 생에 대한 체념의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리고 있다.

◇황혼자살 10년새 2.5배 급증
보건복지가족부가 최근 발표한 "응급실 손상환자 표본심층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996년 28.6명에서 2006년 72.1명으로 약 2.5배가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65세 미만이 11.7명에서 16.8명으로 늘어난 것에 비해 두드러진 수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하는 빈도도 높다. 2005년에 한정시켜보면 60∼64세 노인의 경우는 10만명당 48.0명, 65∼69세는 62.6명, 80∼85세는 무려 127.1명에 달한다. 우리 국민의 평균 자살률이 26.1명인 것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노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자살이 고령화 사회의 숙명이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2005년의 경우 총 인구의 9.1%이다. 한국이 2018년(14.3%) 고령 사회, 2026년(20.8%)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만큼 노인자살은 더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것은 뻔한 일이다.

◇살고싶은 의욕을 잃은 노인들
서울 송파구에 사는 92세의 김모 할머니는 지난달 말 집안에서 소파에 앉다가 넓적다리뼈가 골절됐다. 아들이 부축해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할머니는 다시 한번 쓰러져 복합골절이 됐다.

의사는 "할머니의 뼈가 꼭 분필굵기만하다"고 혀를 찼다. 뼈에 철심을 박는 수술을 받고 한달만에 퇴원한 할머니는 그러나 보행기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한걸음도 떼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100살은 너끈히 살 수 있다"고 말하던 할머니는 "세상 사는 게 참 지루하다"고 고개를 숙여 자식들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27일 탑골공원에서 만난 김모 할아버지(86)는 뇌병변 장애를 안고 있다. 지난해 10살 연하의 강모 할아버지와 송화가루장사를 시작했다. 강 할아버지가 약재상에서 물건을 떼 오면 김 할아버지는 장애인등록증이 인쇄된 전단지를 돌리며 송화가루를 팔았다. 김 할아버지는 최근 강 할아버지에게 "장사를 제대로 못한다"고 얻어맞아 송곳니 하나가 빠졌다. 김 할아버지는 "경찰서를 찾아가도 노인네들 일이라고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서울 종로의 노인복지센터를 자주 찾는 김모 할머니(74)는 자식내외와 함께 살며 비교적 편안한 노후생활을 보내고 있단다. 그러나 할머니는 최근 자신이 수저를 댄 음식을 중학생 손녀가 외면하는 것을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노인들이 무심결에 내뱉는 "늙으면 죽어야돼"라는 말은 단순한 넋두리로만 들리지는 않는 상황이다.

◇노인자살 예방하는 사회안전망은 걸음마단계
노인들의 자살성공률은 매우 높다. 2006년 65세 이상 자살 시도 노인 중 31.8%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데 성공했다. 65세 미만보다는 4배 이상이 높은 성공률이다.

그렇다면 노인자살을 예방하는 우리의 사회안전망의 현황은 어떠한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노인자살예방센터"는 가장 일반적인 시설중에 하나다. 그러나 국내에는 지난해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내에 설치된 노인전용자살예방센터가 유일하다. 노인자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아직 걸음마 단계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노인문제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곳은 노인복지관이다. 그러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06년 현재 노인복지관은 183개소에 불과하다. 그나마 서울 경기 부산에 71개소가 몰려 있다.

사회복지관이 노인복지관의 업무를 일부 수행하기도 하지만 노인업무에 전념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오성희 사회복지사는 "다른 복지사도 마찬가지지만 솔직히 나에게 노인들의 고민을 제대로 해결해줄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 스스로 반문할 때도 많다"고 털어놓았다.

◇황혼자살에는 뚜렷한 징후가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최근 발표한 노인자살의 원인을 살펴보면 크게 본인의 질병(35.9%) 우울증(19.6%) 자녀와의 갈등(9.8) 등으로 나뉜다. 얼핏 지병에 의한 자살이 많은 것 같지만 이는 단순히 발생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일 뿐, 구체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없다. 서울노인복지센터 임태리 사회복지사는 "노인자살은 역할상실, 건강악화, 핵가족화, 경제적요인, 배우자 및 친지 사망, 사회관계축소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잡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경우 이른바 "자살징후"가 젊은이들에 비해 뚜렷하다고 설명한다. 가장 큰 징후는 우울증이다. 나이가 들면 우울증 유발 호르몬 분비가 많아진다. 이때문에 쉽게 섭섭한 마음이 들고, 같은 상황이라도 젊은이에 비해 더 큰 상처를 받는다. 서대문정신보건센터 관계자는 "자녀들로부터 받는 소외감과 배우자 사망에 의한 절망감이 겹칠 경우 우울증이 생기기 쉬우며 이것이 자살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약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의 사회활동을 활성화하고 경제적 지원책을 강화하는 등 노인복지정책에 일대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손대선기자 sds110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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