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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2세에 희망을] ① 무관심·편견에 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5-27 조회수 8412
[다문화 가정 2세에게 희망을!] ① 무관심·편견에 운다
피부색 달라 "왕따" 말 못해 "외톨이"
또래 아이들 혐오스러워하고 "아프리카"라 놀림도
부정적 인식 개선 급선무 문화 차이에 대한 "교육"프로그램 도입 필요



피부색과 언어 탓에 다문화가정 2세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이 놀아 주지 않아 쉬는 시간에 혼자 놀 때가 많다. 
△사례1=베트남 엄마 에리나(37)씨가 낳은 박민혁(가명·9·초등 3년)군은 태어날 때부터 피부색이 검었다. 민혁이가 3살 때까지 피부색은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어린이집에서는 달랐다. 민혁이는 어린이집에서 늘 혼자였다. 또래 아이들은 민혁이를 무서워했고 혐오스러워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단지 민혁이 얼굴이 까맣다는 것 한 가지뿐이었다. 아이들은 민혁이를 "아프리카"라고 불렀다. 당시 어린이집 교사 김영주(가명·27·여)씨는 "다른 애들에게 주의를 주고 같이 어울리게 했지만 교사가 없을 때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에리나씨는 부두에서 하역일을 하는 남편 박씨(40)에게 이 문제를 상의했다가 혼쭐만 났다. 남편은 "니가 뭘 안다고 그래. 애들은 그렇게 자라면서 큰다"는 핀잔만 했다.


민혁이는 지난 2006년 봄 부산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입학 당시 민혁이의 받아쓰기 실력은 거의 밑바닥이었다. 대화 능력도 3살 때부터 거의 말을 하지 않아 "예, 아니오" 정도로만 표현할 뿐 별다른 문장을 만들지 못했다. 에리나씨도 한국어를 잘 못하고, 남편 박씨는 집에 와서 별 말을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말을 하지 않아도 되는 "조용한 가족(?)" 분위기가 민혁이의 언어 수준을 유치원생 수준으로 만들고 말았다. 말수가 적은 민혁이는 입학 때부터 혼자 생활했다. 걱정이 된 에리나씨가 학교에 몰래 따라가 민혁이를 지켜봤다. 아이들도, 민혁이도 서로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민혁이는 멍하니 그네만 탔다.


2006년 12월 에리나씨는 민혁이를 데리고 베트남 고향 마을에 갔다. 민혁이는 피부색이 비슷한 친척들과 잘 어울렸다. 말은 안 통했지만 민혁이가 행복한 모습을 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러다 2007년 1월 부산으로 돌아오려고 하자 민혁이는 또다시 말을 하지 않았고 한국에 오는 걸 두려워했다. 끌려오다시피 한 민혁이는 한국에 와서 다시 혼자가 됐다. 결국 2007년 겨울 민혁이는 부산 사상구의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민혁이의 담임교사 이명준(가명·48)씨는 "초등학교 3학년 민혁이는 한글을 거의 읽지 못하고 수학은 숫자와 덧셈·뺄셈 정도만 한다"며 "같은 또래의 한국 학생들과 비교할 수 없는 거의 장애아 수준"이라고 말했다.


△사례 2=지난달 9일 오전 9시30분께 파키스탄 국적의 아사드(가명·11·초등 5년)군이 부산진구의 집 앞에서 사라졌다. 어머니 테레즈(37)씨는 과자를 사러 나간 아들을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실종경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언론과 도로, 지하철, 포털사이트를 통해 아사드의 행방을 찾았다. 아사드는 8년 전 자동차 무역업을 하는 아버지(35)를 따라 서울, 경남 거제시에서 살다가 지난달 7일 부산으로 이사왔다. 아사드는 부산에 와서 "집 주변 초등학교에 가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에 "겁나고 가기 싫다"고 자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드가 행방불명된 지 6일째 되던 지난달 14일 오후 3시께 아사드는 거제시의 한 주유소 앞에서 발견됐다. 아사드는 "피부가 검다고 친구들이 놀리는 것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었다"며 "고속버스 짐칸에 몰래 타고 거제도로 가서 PC방과 놀이터에서 잠을 자면서 지냈다"고 말했다.


본보와 가야대학교 다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결혼이민자 2세 어머니 7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부산·경남지역 2세 중심 다문화가정 생활실태조사"에서 "자녀가 왕따를 당하거나 폭력을 경험한 가정"은 20%(말하기 곤란 포함)에 달했다. "자녀가 또래 아이들로부터 놀림을 받는 이유"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65%가 "피부색이 달라서"라고 답했다.


다문화가정 2세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한국 아이들은 검은 피부색은 혐오, 불결, 무서움 같은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며 "이런 인식과 편견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 가장 바라는 사항"으로, "문화 차이에 대한 교육(26.7%)"과 "언어교육(23.3%)"을 가장 많이 꼽았다.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박효석(42) 상임이사는 "우리 사회 전반과 기성세대에 뿌리박힌 단일민족, 혈통 의식 탓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외국인 이주·이민 역사가 10여년 지났지만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이사는 "다문화 가정의 2세가 20~30년 후엔 우리 사회의 청·장년층의 상당수를 차지할 것"이라며 "지금부터 교육이나 제도를 통해 한국 사회로 포용하지 못하면 나중에 더 큰 사회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별취재팀 pro@busanilbo.com
부산일보 2008/05/15일자 003면 서비스시간: 10: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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