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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환자 "할 수 있는 것 없어 … 사는 게 고통"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5-26 조회수 8202
[치매·중풍] 치매환자 "할 수 있는 것 없어 … 사는 게 고통"
중앙일보 | 기사입력 2008.05.26 01:48 | 최종수정 2008.05.26 07:59


[중앙일보 김창규.김은하.백일현.박수련.장주영] 22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향동동 도로변. 폐가처럼 보이는 집 한 채가 먼지를 듬뿍 뒤집어쓰고 있었다. 쓰러질 듯한 대문을 여니 담장을 따라 안쪽으로 가는 길이 보였다. 어깨가 닿을 정도로 폭이 좁은 길을 따라 10여m 들어갔다. 문틈 사이로 백발의 할머니가 보였다. 박모(96) 할머니. 박 할머니는 3남1녀의 자녀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자식들도 이미 70대인 데다 박 할머니가 치매에 걸린 이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하고 있다. 벌써 3년이 넘었다. 10㎡ 남짓한 방 안에 들어가자 인분 냄새가 코를 답답하게 했다. 일주일에 5일 정도 할머니를 방문해 도와주고 있다는 봉사 도우미 최정심씨는 "변을 보고 속옷 등으로 닦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 실시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의 등급 판정을 위해 건강보험공단 고양운영센터의 김시연(36)씨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임자년(1912년)생이야."
"200원은 10원짜리가 몇 개죠."
"20개."
10여 차례 질문과 응답이 오갔지만 박 할머니는 대답을 척척 해냈다. 도우미 최씨는 "평상시엔 딴소리를 하다가도 조사원이 오면 멀쩡하게 말한다"고 말했다. 질문이 이어질수록 박 할머니의 말이 꼬이기 시작했다(괄호 안은 도우미의 설명).

"음식도 만드시고 세수나 양치질도 하세요."
"내가 다 해." (박 할머니는 전혀 하지 못한다. 도우미가 와서 음식을 만들어 주고 씻겨 준다.)

"은행 가서 돈을 넣고 찾으실 수 있으세요."
"그럼." (할머니는 은행을 이용할 줄 모른다. 통장을 어디 뒀는지도 자주 잊어버린다. 한 달에 2~3번 통장을 새로 만든다.)

몸무게가 30㎏이 채 안 되는 박 할머니는 노환으로 한쪽 폐 기능이 완전히 정지돼 있다. 견디기 힘든 통증이 따르는 대상포진에 걸려도 아픈 줄 모르고 치약을 바른다고 한다. 병원 가는 일은 엄두도 못 낸다. 박 할머니가 한 달에 쓸 수 있는 돈은 노령연금(8만원)과 동네 교회 후원비(7만원) 등 15만원 정도이기 때문이다. 도우미 최씨는 "가족이 모셨다면 훨씬 건강하게 살 수 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건보공단의 김씨는 "등급 판정을 위해 치매 노인을 방문하면 10명 가운데 3~4명이 혼자 살고 있다"며 "나머지 노인도 상당수는 가족이 부양하기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05년 65세 이상 노인 중 독거노인 비율이 10명당 2명꼴(18%)인 것을 고려하면 치매 노인 가운데 상당수는 홀로 방치돼 있는 것이다.

어린 아이처럼 밝게 웃는 박 할머니를 뒤로하고 집을 나왔다. 길에서 임모(90) 할머니가 간신히 몸을 옮기고 있었다. 임 할머니 역시 치매 환자다. 임 할머니는 뇌졸중에 걸려 몸의 왼쪽이 마비된 큰아들(57), 위암에 걸린 둘째 아들(52)과 13㎡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보증금 300만원에 월 10만원씩 내는 월세 방이다. 큰아들은 2년 전 아내가 자살한 뒤 충격으로 쓰러졌다고 한다. 덩치 좋은 어른 한 명이 누워 있기에도 비좁은 방에서 임 할머니는 몸이 성치 않은 두 아들과 고단한 하루를 보낸다.

"벌 받아서 세 살고 있어. 사는 게 고통이야." 임 할머니는 이 말을 계속해서 되뇌었다.

임 할머니는 모르는 사람을 보면 거칠어진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은 취재진을 보고도 담담했다. 동네 사람을 동행했기 때문인 듯했다. 하지만 의사 표현은 제대로 못했다.

지금 무엇을 제일 하고 싶으냐고 묻자 임 할머니는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 밥 먹는 것밖에는…"라며 눈물을 훔쳤다.

한국노인인권센터의 민경원 센터장은 "치매 환자를 방치하는 것도 학대"라며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인이 치매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동영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현재 정부의 치매 대책이 시설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며 "조기 검진과 예방 관리에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65세 이상 노인과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병(치매· 뇌졸중 등)을 가진 국민이 장기간 요양이 필요한 경우 국가가 보험으로 돌봐주는 제도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누구나 일정액만 부담하면 병의 경중에 따라 시설에 입소하거나 간병인이 집으로 찾아와서 가사·목욕 등을 돕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대상자가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직원이 방문해 신청자의 등급과 필요한 서비스를 판정한다.

◇특별취재팀
김창규·김은하·백일현·박수련·장주영·김진경 기자, 고종관 건강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편집=안충기·이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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