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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 2세에 희망을] ②서툰 언어·가난부터 배운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8-05-27 조회수 8635
[다문화 가정 2세에게 희망을!] ② 서툰 언어·가난부터 배운다
말 안 통해 "답답" 가난해서 "막막" … 365일 집 주변에만 머물기도

 
△사례1=지난 1998년 필리핀에서 경남 김해로 시집온 아니카(가명·37)씨의 아들 박모(가명·12·초등 5년)군은 국어 시간이 제일 싫다. 선천적으로 혀가 짧아 발음이 잘 안되기도 하지만 문장이 이해가 안돼 다른 아이들보다 읽는 속도가 느리다.
담임 선생이 보낸 가정통신문을 통해 아니카씨도 아들의 사정을 알지만 별다른 대책은 없다. 한국에 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들의 교과서는 여전히 이해가 잘 안된다. 그래서 박군은 엄마 도움 없이 혼자서 숙제를 해야 한다. 아니카씨는 "답답하고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 아버지 박모(42·일용직)씨도 "먹고사느라 바빠서 아들에게 신경을 잘 못 쓴다"고 말했다.

엄마의 서툰 말은 한국 사회의 적응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본보와 가야대 다문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실시한 "부산·경남지역 2세 중심 다문화가정 생활실태"조사에서도 64.3%의 엄마들이 "언어 차이가 생활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응답했다. 한국말이 서툴면 자녀에 대한 우리말 교육과 언어소통은 물론 제대로 된 육아·양육 정보를 얻을 수 없고 한국 사람과 친해지기는 더욱 어렵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베트남 출신의 티웬 옹 낫(가명·31·부산 해운대구)씨는 "말이 안 통하다 보니 거의 365일을 집 주변에서만 머문다"고 하소연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수밀라(가명·26·경남 양산시)씨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같은 말을 하는 인도네시아 사람끼리 모인다. 이러다 보니 한국 엄마들처럼 학원이나 교재 같은 정보를 전혀 교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의 2세들이 학교나 사회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것은 이같이 어머니의 서툰 한국말 솜씨가 큰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툰 한국말 때문에 어머니도 울지만, 아이도 그 고통을 답습하고 있다.

△사례2=언어 부적응과 문화 차이, 사회적 편견에 못지않게 가난의 무게도 다문화가정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공동조사 결과, 월 소득이 100만~200만원이 67.2%로 가장 많았으며 200만~300만원이 31.3%로 그 뒤를 이었고, 300만~400만원은 1.5%에 불과했다. 상당수의 다문화가정이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베트남 출신 응구웬 도안(가명·38·부산 서구)씨는 남편 최모(51)씨가 "월 100만원을 베트남에 송금하겠다"는 말에 끌려 한국에 시집왔다. 하지만 막상 시집을 와 보니 10평 남짓한 슬레이트 집에 병든 시부모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구웬은 속았다고 생각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후 딸 순이(가명·8·초등 1년)가 2000년에 태어났지만 그다지 달갑지가 않았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데 순이를 키울 생각을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친정 베트남에 보낼까도 생각했지만 가난이 싫어서 한국에 왔는데 그럴 수도 없었다. 순이의 담임 김문규(가명·38)씨는 "순이가 수업을 어려워하고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여러 번 가정방문을 했지만 아버지는 만취 상태여서 대화가 어려웠고 어머니는 한국말이 서툴러 결국 상담을 포기한 채 돌아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아버지의 무능과 가난, 어머니의 서툰 한국말이 겹치면서 다문화가정 2세들은 현실 교육의 중심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2005년 12월 현재 다문화가정 2세의 초등학교 중도 탈락률은 전체 5천300여명의 9.4% 수준이고, 중학교 중도 탈락률은 전체 600여명의 17.5%에 달한다. 한국인 학생 초등학교 중도 탈락률 1.1%, 중학교 중도 탈락률 1.8%보다 10배가량 높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가정 2세들에게 나타나는 교육 격차는 세월이 지나면 학력 격차로 이어지고, 이는 학력 중심 한국사회에서 사회적 지위 차이로 곧바로 연결된다고 우려한다.

가야대 다문화연구소 김성(53·여) 교수는 "다문화가정의 2세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에서 이주여성과 한국인과의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현재 한국어·한국 문화를 강조하는 일방적인 교육프로그램에서 이주여성들이 가진 언어와 문화를 존중하는 교육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백남경·김태권·김길수·전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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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일보 2008/05/16일자 003면 서비스시간: 10: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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