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게시물을 인쇄, 메일발송하는 부분 입니다.
의 게시물 상세내용 입니다.
국민연금 불신의 진짜 이유-한겨례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6-11 조회수 4916
국민연금 불신의 진짜 이유

국민연금 불신의 진짜 이유국민연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는 이러한 비판이 근본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비판에는 분명 연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들이 있지만, 그렇게만 말하는 것은 사태를 일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연금에 대한 이해를 거부하고 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이런 이해 거부가 발생한 원인은 우리 사회 복지제도 발달의 역사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복지제도는 언제나 대규모 기업체에 다니는 노동자들이나 공무원 등 형편이 그나마 나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먼저 발전해왔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부터 먼저 복지제도에 편입시키고 차차 상향 발전해온 유럽의 길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러다 보니 일부 계층을 제외한 많은 사람들은 생활의 안정을 위협하는 모든 일들에 대해 스스로의 힘으로 대처해야만 했다.

노후 대비나 내집 장만, 병원비 마련, 교육비 마련, 그리고 기타 예기치 않은 일들에 대비하는 모든 것이 전부 개별 가구의 책임이었고 여기에 친지들 간에 서로 주고받는 도움이 보태졌다. 삶의 안정을 위협하는 일들에 대처하기 위해 개별 가구와 친지들이 서로 간에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자가(自家)복지'라 할 수 있다. 이런 자가복지는 우리 국민들이 허리띠 졸라매 가며 들던 조그만 적금이나 부금 등의 서민금융과 그에 대한 각종 세제상 혜택 등을 통해 작동하였다.

이런 서민금융은 과거 고도성장의 선순환 속에서 산업자본화하여 이익을 남겼고 몇 년 후에는 원금과 함께 이자로 우리들의 손에 들어왔다. 국민의 복지를 위해 정부가 대책을 세우는 일이 흔치 않았던 우리 사회에서 자가복지는 삶의 안정을 꾀하는 비공식적인 복지메커니즘을 이루고 있었다.(또 이런 비공식적 복지메커니즘 속에서 정부는 소득 파악을 위해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어느 정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런 비공식적인 복지메커니즘이 경제위기 이후 커다란 타격을 받고 그 비효율성이 증명되었다. 대량실업이 발생하고 문닫는 사업장이 속출하자 자가복지 메커니즘은 저소득층에서부터 급속히 무너져버렸다. 다른 한편으로 이 과정에서 국가복지는 급속도로 확대되었다. 연금의 도시지역 확대, 건강보험 통합,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확대, 공공부조 개혁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가복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자가복지의 부담이 별반 줄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의료비의 절반을 스스로 부담해야 하며, 내집 마련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사교육비 부담은 줄기는커녕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게다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졌다. 빈부격차의 심화 속에서 과거와 별 다를 바 없이 존재하는 자가복지의 부담에다 전보다 더 늘어난 국가복지로 인해 국민들은 큰 고통을 느끼고 있다.

사람들이 연금을 비판하는 것은, 반드시 그것을 오해해서라기보다 국가복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존재하는 자가복지의 부담에 대응하려는 데서 나온 것이다. 사람들을 자가복지의 부담에서 해방시키지 않는 이상 노후보장은 먼 이야기일 뿐이다.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재정 안정화에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다. 재정안정은 연금의 중요한 목표이지만 연금의 모든 목표는 아니다. 게다가 최근 정부는 체납처분 완화를 들고 나왔다. 체납처분 완화는 생활이 어려운 자영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겠지만 원칙 없는 완화는 납부유예자만 양산할 것이며 고소득 자영자의 제도 이탈을 부추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가복지로 돌아가려는 소시민들의 소박한 바람을 아무런 대책 없이 방임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정부는 국가복지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왜 자가복지의 부담이 줄지 않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며, 의료비와 주거비, 교육비의 개별적 지출을 줄여주려는 노력을 훨씬 더 강하게 해야 한다. 공공주택의 확대로 주택가격 상승을 견제해야 하며, 교육과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개인적 지출을 줄여야 한다. 과거 민주화 시대에 삶의 정치적 측면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의문시되었다면, 이제는 일상적 삶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할 때다.

출처:한겨례 (남찬섭/서울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조교수)
download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   65세 이상 노인 10% 치매 증상-대구연합뉴스
다음글 :   추경 전 예산의 집행은 가능한가?
리스트
게시물 수 : 1,44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321 청소년쉼터 이용 86%가 가출여성(한국일보)   관리자 04.06.13 4,942
320 "19세 성년" 일원화 서둘러야   관리자 04.06.13 4,870
319 블로그는 10대 청소년의 중요한 대화 수단   관리자 04.06.13 4,424
318 초중고 "차렷" "경례" 없어진다   관리자 04.06.13 5,310
317 사회안전망 구축 이렇게-매일이코노미   관리자 04.06.13 4,207
316 (국민연금)-국민을 이해시켜라-경향신문   관리자 04.06.13 4,853
315 가족대화 많이 나누고 존중해주세요-동아일보   관리자 04.06.13 4,301
314 서울 실버취업박람회...5천명 채용   관리자 04.06.11 4,806
313 교육-식사 제공, 빈곤 아동센터 1500곳 만든다 -동아   관리자 04.06.11 4,458
312 국민연금 불신의 진짜 이유-한겨례   관리자 04.06.11 4,916
<<    <   [111] [112]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