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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아들 위해 자살한 일용직 아버지의 사연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10-10-20 조회수 14308
장애 아들 위해 자살한 일용직 아버지의 사연

'가난은 깊고, 복지는 멀었다'

지난 6일 장애 아들에게 복지혜택을 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은 일용직 노동자 윤모씨(경향신문 10월8일자 8면 보도)의 장례식이 지난 8일 치러졌다. 장례는 영등포교도소 교화위원 송희숙씨와 동료들이 십시일반 비용을 부담했다. 유족들에겐 장례 치를 비용도 없었다. 문상객은 소방대원 10명과 교화위원을 포함해 25명뿐이었다.


장례를 치른 뒤 송씨는 서울 가리봉동에 있는 윤씨의 단칸방을 찾았다. 집에는 아들의 장애인 등록을 위한 서류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죽기 이틀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자신 때문에 장애아동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은 자신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뭔가 불길했습니다."(송희숙씨)


윤씨는 고아로 자랐다. 1988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돼 6년간 복역한 뒤 94년 출소했다. 이후 여러 기업에서 용접공으로 일했다. 혼인신고는 안 했지만 두 딸을 가진 부인도 만나 아들(12)까지 얻었다.


단란하던 가정은 2005년부터 삐걱거렸다. 일자리가 없어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전전하면서 형편이 어려워졌다. 2008년 부인이 딸들을 데리고 가출했다. 이후 윤씨와 아들 단 두 식구만 함께 생활했다.


88년 복역할 당시부터 윤씨에게 상담을 해온 송씨는 "올해 들어 일자리 구하기 힘들다는 고민을 자주 털어놨다. 도와주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고 전했다.


윤씨가 죽음을 염두에 두게 된 건 최근 아들 때문에 병원을 찾으면서다. 아들이 한쪽 팔을 잘 쓰지 못하고 가끔 발작을 일으키는데, 뇌에 이상이 있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기업에 다닐 때는 직장의료보험의 혜택을 받았지만 일용직 노동자가 되면서 지역의보에 가입하지 못한 윤씨는 300만원이 찍힌 치료비 영수증을 받아들고 한숨만 쉬었다. 치료비 역시 교화위원들이 모아서 냈다.


그는 아들을 장애인으로 등록하면 치료와 함께 월 10만~20만원의 장애아동양육수당이라도 받을 수 있을 듯해 신청서를 작성해 주민센터를 찾아갔다. 그러나 직원들로부터 "수당을 받으려면 부모가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신청서도 내지 못한 채 돌아왔다. 자신이 죽으면 아들이 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아동 재활치료 대상자로 지정될 것으로 생각한 그는 자살을 택했다.


윤씨의 아들은 현재 누나와 함께 지내고 있다. 가사도우미로 일하는 어머니는 교화위원들에게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들을 맡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송씨와 다른 교화위원들도 "돕고는 싶지만, 자식을 한 사람 더 키운다는 게 마음처럼 되는 일이냐"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윤씨 사건은 빈곤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허술함을 보여준다. 정부 전산자료에는 윤씨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세금과 공과금을 꼬박꼬박 내온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하지만 윤씨 같은 일용직 노동자는 언제든 절대빈곤층으로 추락할 수 있고, 그 경우 당장 경제적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윤씨는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한 적이 없지만, 신청을 한다 해도 노동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자가 되기 어렵다. 그런데 윤씨가 장애아동양육수당을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에 속해야 한다. 건강보험 역시 일정한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직장의보 가입자의 2배가 넘는 지역의보료를 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의료급여(본인부담금·보험료 면제)혜택을 받으려면 기초생활수급자가 돼야 한다.


이진석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는 "정부가 추정하는 절대빈곤층이 인구의 15%이고 상대빈곤층이 7~8%인데 의료급여 수급자는 4%가 안된다"면서 "절대빈곤층의 경우 예상치 못한 고액의 병원비가 나오면 극단적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도 성명을 통해 "더 이상 비극적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가 장애아동 가족의 어려움을 책임지고 장애아동복지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입력 : 2010-10-11 00:08:01ㅣ수정 : 2010-10-11 00:08:07 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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