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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18살' 어디로 가야 하나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6-11-05 조회수 3609
[한겨레] 올해 고3인 이자연(17·가명)양은 대학 10군데에 수시 원서를 냈지만 합격자 명단에서 아직 제 이름을 발견하지 못했다. 고3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초조하겠지만, 자연이의 한숨은 또래 친구들의 것보다 훨씬 깊다. 대학에 가지 못하면 '집'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자연이는 이혼한 부모와 헤어져 12살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그리고 내년 2월이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대학에 들어갔거나 직업훈련중이거나 질병·장애를 가진 경우를 제외하곤 18살이 되면 누구나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자연이는 "다른 애들처럼 시험 걱정, 공부 걱정만 해봤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보건복지부의 통계를 보면, 현재 278개의 아동 보육시설에서 1만9천여명이 살고 있다. 이 중 자연이처럼 18살이 돼 시설을 떠나야 하는 아이들은 해마다 800~900여명에 이른다. 졸업 때인 올해 상반기에도 766명의 '어린 어른'들이 300~500만원의 정착금만 쥐고 떠밀리듯 사회로 나왔다.

보육시설과 자립생활관을 거쳐 올해 사회로 나온 김은하(20·가명)씨는 정착금 300만원을 거의 투자해 '네일아트'(손발톱 다듬기)를 배웠다. 한 달에 80만원 월급을 받으며 홀로서기를 꿈꿨지만, 뜻하지 않은 '사고'로 모아뒀던 돈을 다 까먹었다. 아는 언니 집에서 얹혀 지내던 김씨는 결국 노래방 도우미 길로 들어섰다. 김씨는 "이렇게 살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당장 길바닥에 나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을 떠난 뒤에 '자립생활관'에 들어가 25살때까지 지내며 '독립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곳에선 숙소만 제공될 뿐이다. 머물 기회도 대학에 진학했거나 취직한 아이들에게만 주어진다. 자립생활관은 숫자도 많지 않아, 전국에 13곳, 수용 인원도 245명에 불과하다. 보육원을 떠나는 아이들의 3분의 2 이상이 스스로 '집'을 구해야 한다.

물론 자립생활관에 머물며 성공적으로 독립해 '집'을 구하는 경우도 있다. 4살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란 한주영(24·가명)씨는 자립생활관을 거쳐 현재 치위생사로 일하고 있다. 서울 상도동의 임대료 2500만원에 월세 10만원짜리 공공임대주택에도 당첨돼 곧 입주할 계획이다. 한씨는 "독립하게 돼 기쁘지만, 나를 지켜줄 사람이 나뿐이라는 생각을 하면 두렵다"고 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2003~2005년 보육시설서 나온 1976명의 주거 형태를 조사한 결과, 회사 기숙사가 638명(32%), 친구·지인 집(8.4%)이 166명, 자립지원시설이 146명(7.4%), 학교기숙사 25명(1.3%), 그룹홈 11명(0.6%)으로 주거가 불안정하거나 한시적인 경우가 절반 정도에 이른다. 자가는 71명(3.6%), 전·월세는 766명(39%)이었다.

정부는 지난 1월 이 '어린 어른'들을 위해 △영구임대아파트 입주자격 1순위 부여 △전세자금 융자 △그룹홈 입주 △학자금 지원 확대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자립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 이런 내용으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지난 8월1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아직 이들이 입주할 공공주택은 많지 않고, 입주까지 시간도 많이 걸린다. 서울 상록자립생활관의 윤경옥 사회복지사는 "1순위 자격을 얻어도 임대주택 공급이 적은 서울에서는 입주까지 2~3년을 기다려야 한다"며 "18세가 되면 무조건 보육시설을 떠나게 할 것이 아니라, 사고무친인 이들이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립생활관 같은 곳에서 적절한 교육·취업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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