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4년제 대학 및 전문대에 재학 중인 모든 장애 대학생에게 도우미를 지원키로 했으나 현실성이 떨어져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교육부가 발표한 '장애 대학생 도우미 지원 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20억원의 예산을 들여 전국의 장애 대학생 중에서 지원을 신청한 1439명 전원에게 도우미 1명씩을 지원할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지원을 받는 대학과 장애 학생들은 지원 방식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장애 대학생 도우미 지원사업은 장애학생이 대학 측에 학습도우미를 요청하면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인 비장애학생(도우미) 1명과 연결시켜 1년 동안(방학기간 제외) 돕도록 하는 것이다. 장애 대학생 도우미에게는 연간 200만원의 수당이 주어진다. 이 수당은 정부와 대학이 70%, 30%씩 분담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학교 생활이 거의 불가능한 시·청각장애인이나 중증 지체 장애인은 보통 5∼6명의 도우미를 요청하고 있어 1명으로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일부 대학은 자체 예산을 추가로 확보해 여러 명의 도우미를 지원하고 있으나 예산이 넉넉하지 못한 대부분의 대학들은 도우미를 1명밖에 쓸 수 없는 형편이다. 그나마 방학기간에는 지원되지 않아 장애 학생들은 계절학기 수강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또 예산을 도우미의 인건비로만 쓰도록 제한해 장애 대학생 개개인의 상황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장애 학생들 가운데는 도우미보다 전동휠체어나 노트북 등의 시설 지원이 더 절실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216여개 대학 4119명의 장애학생 가운데 도우미가 필요하다고 신청한 학생이 128개교 1439명으로 부진한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교육부가 당초 예상했던 2000여명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장애 학생들이 도우미보다 다른 형태의 지원을 더 필요로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김형수 사무국장은 "입시를 치르고 대학에 들어올 정도의 장애학생이라면 거동보다는 각종 기자재 지원이나 적응 상담 등 심리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무작정 도우미만 붙여 줄 것이 아니라 장애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 방식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대학의 예산 사용 내역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 예산이 도우미 지원사업에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산은 전체 도우미 지원 예산의 70%밖에 되지 않아 학교 측에서 자체 예산을 더 보태야 한다"면서 "이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장애 학생에게 돈을 주고 알아서 도우미를 구해오라고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