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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 걱정이라구요?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03-31 조회수 4459
어른들의 눈에 비치는 청소년은 딱 두 종류다. 불쌍하거나, 괘씸하거나. 따라서 보호하거나 선도해야 할 대상으로만 보이는 탓에 청소년은 어른들에게 희망을 주기보다 걱정을 안기는 존재다.

게다가 편 가르기 좋아하는 성향은 여기서도 마찬가지라 자기 주위의 청소년은 그런대로 쓸 만하게 보이는데 그 밖의 대다수 청소년은 다 시한폭탄처럼 보인다. 왕따나 폭력사건이 매스컴을 장식할 때마다 어른들이 내쉬는 한숨 때문에 하늘이 흐려질 정도다. 우리 어렸을 때는 안 그랬는데, 앞날이 훤하구먼.

하지만 내게 청소년은 언제나 희망으로 다가온다. 내 주위에 믿을 만한 청소년들이 진을 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청소년을 직접 만날 기회는 점점 줄어든다.

그들을 만나는 건 순전히 온.오프라인의 글을 통해서다. 무슨 인연인지 청소년의 글솜씨를 겨루는 대회에서 심사를 맡을 경우가 가끔 있는데 그럴 때마다 난 글의 우열을 가린다는 게 얼마나 우스운 짓인지 영 곤혹스럽다. 글솜씨에 눈이 가기보다는 이토록 숨 막히는 환경에서도 잘도 자라고 있구나 싶어 가슴이 찡할 때가 많다.

이태 전부터는 아주 새로운 공간에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만나는 게 아니라 일방적으로 훔쳐 보고 있는 처지이지만. 내 아이들 중에 하나가 대중가수인데 그 애가 홈페이지를 만들었기에 얼른 회원으로 가입한 덕분이다.

애초엔 엄마로서의 호기심 때문에 들어갔지만 금방 목적이 바뀌어 버렸다. 무엇보다 요즘 청소년들의 삶과 생각을 생생하게 알 수 있다는 게 보통 재미가 아니다. 처음엔 말을 따라잡기도 힘들었는데 금방 익숙해졌다. 하긴 그 어려운 외국어도 배웠는데 그쯤이야.

일반적으로 대중가수의 팬이라면 무조건 빠순이니 뭐니 하면서 딱하다는 눈으로 보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본 그들은 주관이 뚜렷하며 감정에 충실하고 표현력이 뛰어난 건강한(이 수식어는 좀 고루한 느낌이지만) 청소년들이다. 그들은 공부하라고 닦달하는 엄마에게 짜증을 내면서도 속으로는 엄마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철든 자녀들이고 자신의 진로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인간이며 우리 사회의 앞날에 대해 진지하게 걱정하는 시민이다.

또 얼마나 다정다감한지! 낙방이나 실연 또는 실직의 아픔을 호소하는 글에 딸려 오는 수많은 격려의 댓글을 읽다 보면 내 마음도 금방 따뜻해진다. 자신의 모자람을 탓하며 풀 죽은 이에게 "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닙니다. 저도 역시 그래요"라는 말처럼 큰 위로는 또 없을 것이다. 합격이나 취업을 자랑하면 이내 진심 어린 축하글이 길게 따른다. 일반 토론 사이트에서 난무하는 섬뜩한 비방과 욕설은 어디에도 없다.

사람이 많다 보니 가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이들도 등장하긴 한다. 역겨운 이야기를 옮긴다거나 특정인의 인신공격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경우도 없진 않다. 그럴 땐 나 혼자 가슴이 덜컹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속으로만 동동거리는데 놀랍게도 파문은 이내 스르르 잦아 든다. "내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누구를 싫어한다는 말을 굳이 여기서 노골적으로 표현할 것까지는 없지 않으냐"라는 부드럽고도 단호한 다수의견에 끝까지 홀로 맞서기는 어려운 법이다.

요즘 청소년도 걱정이고 인터넷문화도 걱정이라는 어른들에게 나는 그래서 자신있게 권한다. 누구라도 상관없으니 청소년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홈페이지에 한번 들어가 보세요. 가슴이 환해질 거예요. 이렇게 말하면 가수 엄마 티 낸다고 흉잡히겠지? 아무튼 난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더 걱정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건 물론 정치하는 어른들이고.

박혜란 여성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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