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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요즘아이들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7-04-10 조회수 4008
문화일보 2007. 4. 9

[시론]
요즘 아이들





"요즘 아이들은 통 버릇이 없다"거나 "요즘 아이들 하는 짓들을 보면 무섭다"는 등 기성세대의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는 동서(東西)는 물론 고금(古今)도 넘나든다. 기원전 2700~25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이집트 피라미드에도 '요즘 아이들'의 상규에 벗어난 행동을 한탄하는 글귀가 있다고 한다. 물론 성인들의 염려에 찬 시각이 모두 객관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다. 사안에 따라서는 세대차가 빚은 주관적·편향적 진단일 가능성도 다분하다. 청소년들이 보이는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에 대한 성인들의 이해도가 시대변화를 따라잡지 못하는 일종의 문화지체현상인 측면도 있기는 하다.

이런저런 점을 감안해도 '대한민국의 요즘 아이들'에 대한 시름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사소한 예의범절과 기초질서의 어긋남쯤은 성숙하지 못한 사고력과 판단력 탓으로 돌려도 된다. 하지만 겁을 모르는 차원을 넘어 인격체로서의 기본 윤리의식이 마비된 듯한 끔찍한 범죄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올들어 언론에 보도된 사건만 꼽아봐도 열손가락이 모자라고, 한결같이 사회적 관용의 테두리를 훨씬 벗어난다.

특히 일부 청소년들의 성적(性的) 일탈은 경악스럽다. 지난달 말 경기 가평의 한 중학교에서 같은 반 여학생을 여러차례 집단 성폭행해온 남학생 6명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같은 반 여학생을 성 노리개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범행 시간과 장소가 일과시간대의 학교 건물 내였다는 대목에서는 참담함을 금치 못하게 된다.

경기 남양주 야산에서 중학생 6명이 여중생을 집단 성폭행해 실신케 한 뒤 그대로 방치, 결국 숨지게 한 것이 가평 사건 한달여 전이다. 어찌 그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그런 일이 수시로 발생하는 요즘 현실이다. 이에 비하면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이른바 야동(야한 동영상)을 올렸다가 경찰에 적발된 중학교 1, 2 학년생의 행위는'애교' 수준으로 봐줘야할지 곤혹스럽다.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어긋나는 데 대한 문제 해결의 단초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무엇보다 '정보의 바다'이자 '음란의 바다'인 인터넷을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 시각이 보편·타당성을 얻고 있다. 앞서 언급한 사건들만 해도 연루된 중학생들 모두 인터넷 음란물에 심취해 있었고, 여기서 자극받은 호기심 해소 차원의 모방 행동이 흉측한 범행으로 이어졌다. 성인들이 '무섭다'고 표현할 정도의 대담한 범행을 해놓고도 죄의식을 거의 품지 않았다는 것도 공통점. 가상과 현실을 혼돈하는 인터넷 중독증(IA)의 전형이다.

국가청소년위원회가 지난해 9~11월 전국 초·중·고교생 1만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유해환경 접촉 종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과반인 55%가 자의든 타의든 매일 인터넷 매체를 통해 음란물을 접한다고 한다. 어제오늘의 지적이 아니지만 인터넷의 역기능, 그 중에서도 음란 콘텐츠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을 재삼 확인케 해주는 통계다. 각종 청소년 유해환경 가운데 접근성과 중독성 측면에서 인터넷이 가장 용이하고 강하기 때문에 폐해 역시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인터넷 유해 콘텐츠가 사회문제화할 때마다 교육·수사당국은 청소년 접근 차단장치를 보강한다, 필터링 시스템을 개발한다 온갖 부산을 떨곤 한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왕성한 성적 호기심을 일시적·인위적으로 억제할 수는 있겠지만 건전한 해소 방향으로 유도하는 근원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성인용 콘텐츠에 대한 부정한 접근을 자제하는 인터넷 사용 윤리와 현실세계의 성윤리 의식을 함께 키워주는 것만이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 세대에 편입되는 요즘 아이들의 '성모럴 해저드'를 예방하고 극복하는 최선의 방책이다.

다소간 관념에 기운 해법이긴 하지만 가정과 학교가 공히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고(故)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20세기 초반 아날로그시대에 남긴 명언은 21세기 디지털시대의 '요즘 대한민국'에도 유효하다. "인간을 지력으로만 교육시키고 도덕으로 교육시키지 않는다면 사회의 위험을 기르는 것이 된다."

[[박광주 / 논설위원]]

기사 게재 일자 2007-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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