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 종정예하<사진>는 불기 2553년 5월 9일(음력 4월15일) 하안거 결제일을 맞아 결제대중의 정진을 당부하는 법어를 발표했다. 법전 종정예하는 결제일을 사흘 앞둔 6일, 조주선사와 수유화상의 문답을 예로 들며 '조주탐수(趙州探水)' 공안의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를 화두삼아 이번 한철 열심히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하안거는 결제 전날 저녁 결제대중들이 모인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정하는 용상방(龍象榜)을 작성하고, 입제 당일 오전 10시경 사찰별로 방장스님 등에게 결제법어를 청한 후 3개월간의 참선정진에 들어간다. 조계종에서는 매년 전국 100여개 선원에서 2200여 명의 스님들이 안거에 참가하겠다는 방부를 들여 수행에 매진하고 있으며, 일반사찰 스님과 신도들도 이 기간 동안 함께 정진하게 된다.
안거(安居)란 동절기 3개월(음력 10.15~1.15)과 하절기 3개월 (음력 4.15~7.15)씩 전국의 스님들이 외부와의 출입을 끊고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출가수행자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곳에 모여 외출을 삼가하고 정진하는 것을 말한다.
한편, 총무원은 지난 동안거에 이어 이번 하안거에도 '결계와 포살'을 실시한다. 종단 스님들은 하안거 입제일인 5월 9일까지 소속 교구본사에 결계신고를 하게 되며, 안거 기간 중에는 본사별로 전체 대중이 참가한 가운데 포살을 실시한다.
[법어 전문]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가
조주스님께서 수유(茱萸)화상의 방에 올라가 주장자를 짚고서 왔다 갔다 하니 수유화상이 말했습니다.
"지금 무슨 짓을 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말했습니다. "물깊이를 더듬습니다." 화상이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한 방울의 물도 없거늘 무엇을 더듬는다는 말입니까?" 이에 선사가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고서 내려가 버렸습니다.
수유화상은 조주스님과 함께 남전선사의 법을 이었습니다. 수유화상은 만 가지 계략과 천리의 위풍이 있어서 활시위에 화살을 먹이고서 조주를 만나기를 희망했습니다. 조주선사 역시 삶과 죽음의 경지에 드나들면서 진을 치고 기를 달고 활과 화살을 갖추고 천하를 휩쓸면서 백 걸음 밖의 버들잎을 떨어뜨리고 천 길 위의 기러기를 떨어드려 백발백중 실수한 일이 없습니다. 수유와 조주가 서로 이미 그런 솜씨가 있기에 본분작가끼리 서로 알아보고서 조주선사가 찾아간 것입니다. 그리하여 나눈 대화가 '조주탐수(趙州探水)' 공안의 전말입니다.
방안에서 물깊이를 재고 있는 뜬금없는 조주선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고 수유화상이 다시 물었습니다. 그러자 조주선사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주장자를 벽에 기대놓은 채 방을 나가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