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게시물을 인쇄, 메일발송하는 부분 입니다.
의 게시물 상세내용 입니다.
'학교 밖 청소년'수기 수상자들의 고백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4-11-09 조회수 4713
"학교 다닐 때 선생님중 한분이라도 말렸더라면 이렇게 힘든 길을 걷진 않았을 거예요. 전 사범대에 진학해서 진짜 좋은 스승이 되고 싶어요."

"학교 안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이상한 일을 많이 당했어요. 가장 친한 친구들이 자퇴 후 이상한 소문을 내고 다녔어요. 엄마 따라 정신병원도 가봤고요… 가장 필요한 건 똑바로 봐주는 눈이에요. 학교를 나온 친구들은 남들보다 자아가 강하고 꿈이 강하거든요. 우리들의 꿈과 선택을 믿어주세요."


지난달 26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학교 밖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날은 한국청소년상담원이 공모한 '학교 밖 청소년 수기 공모전' 시상식. 통영, 부산, 광주 등 각지에서 온 수상자 7명은 모두 너무나 평범한 10대 후반 학생들. 한결같이 또렷한 목소리로 자기고백과 사회에 바라는 점들을 쏟아놨다.


해마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은 6만명 정도. 이렇듯 많은 숫자이지만 '청소년=학생'이란 등식이 너무도 강한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 거의 없다.


지난 5월 청소년상담원이 전국 탈학교학생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이 학교를 떠나는 이유는
▲교과 흥미 상실 ▲친구나 교사와의 관계, 학교체제에 대한 불만 ▲가정에 대한 불만 순이었다. 일단 학교를 떠난 아이들이 바라는 지원으로는 ▲검정고시 준비 ▲경제적인 도움 ▲아르바이트나 취업소개 ▲전문상담 ▲복학안내 등의 순이었다.


이들은 학생증이나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이 없어 본인 명의의 통장을 만들 수도 없고 각종 할인혜택도 잘 받지 못하며 만 15세 이하는 단순 아르바이트도 하기 힘든 실제적인 어려움들을 겪는다.


이들을 이끌어 온 권해수 청소년상담원 연구개발부장은 "우리나라가 외국에 비해 중퇴비율이 낮긴 하지만 일정 연령까진 학교시설밖에 대안이 없다. 보호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위해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함께 열린 '학교 밖 청소년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방향' 세미나에선 청소년 복지차원의 경제적 혜택과 전문인력이 확보돼야 한다는

점, 단기간 대책이 아닌 성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장기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 등이 나왔다.

글 송현숙|사진 김영민기자 song@kyunghyang.com

◇으뜸상 황효정


"초등학교땐 상도 많이 탔는데…. 너무 오랜만에 상을 받으니 신기하네요."


으뜸상을 받은 효정(17)이는 상패와 부상으로 받은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무척 기뻐했다.


효정이는 복잡한 가족사정 때문에 중2라는 이른 나이에 자퇴한 경우이다. 구박하는 가족을 피해 무작정 집을 나왔고 잠잘 곳과 먹을 것을 찾아 일하다 보니 저절로 학교에 가지 않게 됐다.


자퇴후 몇달동안은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참 철이 없었다고 했다. 밤이면 오토바이를 타러 다니고 동네 초등학교에서 술을 마시던 생활. 그래도 아무도 말리는 사람은 없었고 하루하루 살기에 바빠 주유소를 전전하며 돈벌기에 아등바등했다. '미래' '꿈'은 지워진 단어였다.


올 1월부터는 인쇄회로기판 공장에 취직해 드릴작업을 검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주간, 야간으로 나뉘어 12시간씩 근무하는 생활이 너무 힘들어 지난달 회사에 사표를 냈다가 공장장으로부터 검정고시 붙기 전엔 그만둘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


이렇게 타의에 의해 전혀 생각지도 않던 검정고시를 준비하게 됐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뭘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검정고시에 합격하는 것이 목표다. 엄마가 가출한 후에 함께 살았던 할머니께 합격증을 선사하고 싶단다. 합격후엔 '대우가 더 좋은 직장으로 옮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다. 한달에 50만원씩 적금을 붓고 있는데 스무살쯤

되어 전셋방을 얻는 것도 가까운 목표다. "돌이켜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원망하며 살았습니다. 원망하다 보니 뭐든지 부정적으로만 보였습니다. 이젠 10대 후반. 방황의 끝을 지나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으뜸상 김지수


"내 선택에 후회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틀렸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내 결정은 그때의 최선책이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고교 1년생이던 1년전 학교를 그만둔 지수(17)는 후회도 많지만 "힘든 일에 맞설 수 있는 힘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더 힘든 일이 있어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지수는 친구도 그런대로 많고 공부도 썩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이런 지수를 고민하게 만든 건 누가 봐도 표날만큼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대하던 선생님과 친구 하나가 퍼뜨리는 자신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친구들과의 관계와 담임선생님에 대한 고민으로 머리 속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성적까지 떨어졌다.


자퇴하겠다는 말에 선생님은 "넌 반사회적인 애야. 네가 뭔데. 네가 그렇게 잘났냐. 정신병원에나 가보라"고 말했다.

괴로움 속에서 자퇴했지만 지수를 기다리던 것은 지독한 외로움과 장담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딸에 대한 실망을 감추지 못하는 엄마와의 계속되는 다툼이었다.

6개월간 무작정 이불 속에서만 울다가 인터넷을 통해 야학을 알게 됐고 작년 가을부터 올 봄까지 7개월동안 일주일에 3번 야학에서 영어교사를 하며 치유가 됐다. 자퇴생들과 할아버지, 할머니, 글자를 몰라 죽을 생각까지 했다는 아줌마 학생들 속에서 공부에 대한 절실함을 깨닫게 됐다.


얼마전엔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지금은 수능준비중이다. 아침에 도시락을 싸들고 근처 도서관에서 오후 11시까지 독학한다. 의사가 되어 아프리카나 아시아쪽을 돌면서 아픈 사람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이 지수의 꿈이다.


"큰 걸 바라는 게 아니에요. 어른으로 다가서지 말고 우리들의 눈으로 옆에서 고민을 들어줄 수 있는 분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글 송현숙|사진 김영민기자〉
download : 첨부된 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 :   복지부 `출산 크레디트제` 도입 검토(연합)
다음글 :   추경 전 예산의 집행은 가능한가?
리스트
게시물 수 : 1,441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401 노인복지정책 '실종' 성토 국회앞서 집회(불교신문)   관리자 04.11.22 4,216
400 내년 사회적일자리 4만1천명 취업 지원(연합뉴스)   관리자 04.11.22 4,345
399 NGO, 고용창출 예산 1兆 운용(서울신문)   관리자 04.11.17 3,819
398 만 5세 자녀 보육료 지원 확대(중앙일보)   관리자 04.11.17 4,329
397 근로빈곤층 대책…의료·교육·주거지원 초점(국민일보)   관리자 04.11.17 4,158
396 2004년 사회복지증진프로그램 공모사업 신청 공고   관리자 04.11.17 3,823
395 [예산처] 정책ㆍ성과 중심의 프로그램 예산체계 도입   관리자 04.11.10 4,164
394 고령화 시대의 생존전략 (조선일보)   관리자 04.11.10 4,204
393 '학교 밖 청소년'수기 수상자들의 고백   관리자 04.11.09 4,713
392 복지부 `출산 크레디트제` 도입 검토(연합)   관리자 04.11.06 4,334
<<    <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109] [1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