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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구가 없다. 동반자살, 사회안정망 구축해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7-24 조회수 3870
'비상구'가 없다. 사회안정망 구축해야
                [김미선 국제칼럼] 논설위원

개와 고양이에 관한 어릴 적 기억 하나다. 집에서 기르던 이들 동물이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어린 마음에 새끼 구경을 하려고 들면 어른들은 말렸다. 잘못하면 어미가 새끼를 물어 죽인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끼에게 위협이 가해지면 신경이 극도로 날카로워진 어미가 차라리 제손으로 새끼 숨통을 끊고 만다는 것이다. 왜 어미가 제 새끼를 죽이나. 당시엔 어른들의 설명이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

얼마전 30대 주부가 살려달라며 안 죽겠다는 두 자녀를 아파트 옥상에서 밀어뜨리고 남은 아이를 안고 뛰어내린 충격적인 동반 자살 소식을 들으면서 어릴 적의 개와 고양이에 얽힌 기억이 떠오른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그 동반 자살 행위가 아마도 동물적인 모성 본능에서 기인된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일까.


- 동반자살, 비극의 저편 -

물론 부모가 자식의 생명까지도 제 소유인 양 끊어버린 모성에 대한 변명은 필요치 않다. 그러나 건물 옥상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그 순간이 빈곤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길이라는 확신, 죽음으로써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버리겠다는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사건은 단순히 한 개인 차원의 비극에 그칠 일은 아닐 것이다.

남겨진 아이들을 자신 말고는 그 누구도 보살피지 않을 거라는 그 어머니의 확신. "엄마 살려 주세요"라고 애원하는 아이들을 까마득한 옥상에서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을 만큼의 확신으로 동반자살을 선택하기까지의 절망을 헤아리면 전율을 느낀다.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외치는 오늘의 우리 사회에서 처참하고 비극적인 동반자살은 극빈층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더불어 사는 공동체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물론 엄마의 비정함도 비난받아야 하지만 그 엄마의 그런 모진 행동에 브레이크를 걸어줄 안전장치가 없다는 것은 불행이다. 경제규모는 세계 12위 무역국이라지만 이에 걸맞은 사회 안전망은 빈약하기 짝이 없다.

가장이 실직을 당했을 때 경제 위기로부터 가정을 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인 구난체계가 확립되어 있다지만 이같은 구난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IMF 이후 대량 실업사태에 따른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생계급여와 의료 보호를 하고 있다. 과연 그 엄마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었을까. 또한 보건복지부 등을 통해 저소득층 모자가정을 대상으로 자립금 및 자녀 학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데 그같은 정부 도움이 실질적인 지원이 되고 있는지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물론 가난 때문에 일가족이 동반자살하는 사건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동반자살을 감행하는 부모의 무모하고 잔인한 방식은 변명해줄 필요 없지만 그 비극의 저변에는 공동체가 나눠 가져야 할 책임도 분명히 있다.

개인이 좌절이나 울분을 사회 틀 안에서 해소하지 못하면 자살이나 마약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사회적 안전장치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가장 사랑하는 어린 자식들을 죽여야 하는 일이 더 이상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이것은 꼭 물질적인 문제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 사회안정망 구축해야 -

사실 증폭되는 우리 사회의 야만성은 부모가 있어도 안심하기 힘들다. 하물며 보호자 없는 여자아이의 경우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초등학교에서조차 빈부격차가 두드러져 부모의 신분이나 출신지에 따라 아이들이 '왕따' 대상이 되어버리는 문화가 만연된 지역도 있다. 삶과 죽음의 기로에 놓인 부모에게 남겨질 자식들의 실존의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일 수 있다.

사회안전망을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 못지않게 주변을 돌아보는 가진 자들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하다. 미국의 빌 게이츠나 테드 터너같은 이들이 '책임 있는 부자'라는 단체를 이끌며 거액을 기부하고 상속세 폐지 반대 운동을 펴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예뻐서는 아니다. 잘못하면 부자가 습격당하는 사회를 예방하기 위한 자기보호 행위의 일환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납치사건을 보아도 그같은 이치를 알 수 있다.

카드빚에 시달리다 부자를 습격하는 방식은 가난 때문에 동반자살을 택한 극단과 통한다. 이같은 불행과 병리현상을 막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국제신문 [2003-07-23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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