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쉬고 있는데, 중1인 아들이 아빠인 나에게 이것 저것 해달라고 요구를 한다. "아빠가 지금 힘들어서 좀 쉬고 나중에 해주겠다"고 했더니 "아빠, 지금 당장…"이라며 계속 떼를 쓴다.
피곤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서 큰 소리를 쳤더니 곧 토라져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이후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대꾸도 잘 안 하고 아빠가 이런 것도 하나 해주지 못하느냐며 엄마에게 투덜거리더란다.
아빠는 힘들지도, 지치지도 않고 저희들을 위해 무엇이든지, 필요할 때마다 해줘야 하는 철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 아이가 아버지를 이해하고 받아 줄 수 있을까.
△이렇게 하세요: 우선 이렇게 말한다면 어떨까요. "아빠도 네 요구를 들어주고 싶은데, 어제 회사에서 급한 일이 있어 밤늦게까지 일을 했더니, 지금은 몹시 피곤해 쉬고 싶구나. 좀 쉬었다가 나중에 해주면 안 되겠니."
아마 10명 중 9명은 아주 긴급한 일이 아니라면 "알았어요"라고 할 것이다. 요즈음 아이들을 만나보면 부모의 나이나 학력은 물론 직장생활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경우가 많지 않다. 부모님이 어떤 회사에서 무슨 일을 맡고 있는지,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아는 경우가 드물다.
집에서 부모님과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이야기는 잘 안 해요, 용돈 얻을 때나 필요한 것 있을 때만 이야기해요"라고 하든지 또는 "뭐 궁금한 게 있어서 물어보면,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해요. 그 다음부터 얘기 안 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적지 않은 가정의 분위기가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아버지와 자녀의 사이는 친밀하면서도 동등한 인격체로 각자 상대방을 인정해주고 보완하는 관계로 유지되어야 한다.
애들이 어리다고 어떤 일을 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부모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은 아이의 능력 발휘의 기회를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커서 아버지가 되었을 때 제대로 된 아빠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아버지가 살아온 길, 현재 하는 일, 아버지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051-868-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