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이 안고 있는 가장 일상적인 감정인 '화'를 다스리는 방법을 특유의 넉넉한 시선과 따뜻한 필체로 그려낸 틱낫한 스님의 <화>가 불교책방 여시아문에서 3개월째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내 대형 서점인 교보, 영풍문고에도 <화>는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을 정도로 그 열풍이 대단하다.
지난해부터 달라이라마 관련 책들이 서점 가에서 각광받는 불서로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여기에 틱낫한 스님의 책까지 주목을 받으면서, 요즘 서점가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불교전문출판사가 아닌 일반 출판사에서 펴낸 이 책들의 선전은, 일반의 불교에 대한 관심과 그동안의 목마름에 대한 일종의 신호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일반 독자의 불서 읽기 편식을 조장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들 책은 전체적인 불서 판매량의 증가추세를 이끌어내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불교출판 시장을 잠식하는 꼴이 되고 있다.
일반인 누구나 관심을 갖고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다양한 불서의 출간 이라는 점에서는 불교전문출판사들이 더욱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지만, 일부 과대 포장되거나 언론 등 홍보 매체를 통한 책 팔기 경쟁도 한몫했다.
올해 불교전문출판사들이 내놓은 불서는 한달 평균 20여권선.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전문학술서의 출판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다.
문화관광부가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하고, '책 읽는 우리사회(b-korea)"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독서 캠페인을 펼친다.
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 '가상전자책 체험관'을 운영하는가 하면, 새마을문고중앙회는 '추석귀성객 도서 나누어 주기'행사도 펼쳤다. 9월 24일부터 시작된 '2002 환경 책 큰 잔치'는 환경정의시민연대와 교보문고·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행사로, 책을 통해 환경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밖에도 '전국 지역간 책 선물 릴레이' '가정 독서운동 캠페인' '국민독서 붐 조성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국립중앙도서관과 공공도서관, 독서관련단체,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1500여건의 독서 행사가 연말까지 열린다.
독서의 달 9월에 불교계에서 준비된 행사는 불교책방 여시아문의 개점 8돌 기념 불서 특별 할인 판매전 뿐이다. 불교출판의 미래는 곧 불교의 미래이기도 하다. 왜 우리는 항상 대형 불사만을 생각하고, 정말로 중요한 일들은 항상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고 있는 걸까?
불자들의 내면을 살찌우고, 일반인도 공감할 수 있는 양질의 불서 만들고 읽기에 이제는 좀 더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이은자 기자
ejlee@buddha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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