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갚기위해 아동 입양 학대 부부 [조선일보] 2004년 01월 28일 (수) 01:50
감금.구타...인면수심 부부 적발 [조선일보 김성철 기자] 부산 북부경찰서는 27일 월 수십만원의 양육보조금을 노리고 어린 형제를 맡은 뒤 상습적으로 때리고 가혹행위를 한 혐의로 최모(29·공장근로자)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아내 엄모(20)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400여만원의 카드빚을 지고 있는 최씨 부부는 어린이를 위탁받아 양육하면 매달 수십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용, 작년 12월 15일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박모(7)군과 동생(2)을 데려온 뒤 한 달여간 수시로 구타하고 굶기는 등 학대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경찰은 밝혔다.
박 군의 친부모 역시 카드빚으로 1년 전 합의이혼하고 매달 50만원의 놀이방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자 작년 11월 부산가정위탁지원센터에 형제 위탁을 부탁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 부부는 지난 17일 밤 박군이 목이 말라 물을 먹고 싶다고 하자 "새벽부터 잠을 깨웠다"며 빗자루와 먼지떨이 등으로 머리와 온몸을 구타해 피멍이 들게 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밝혀졌다.
이들 부부는 또 지난 20일 설을 쇠기 위해 경남 함양으로 가면서 박군 형제를 남겨둔 채 집의 보일러 스위치를 꺼버리고 문을 잠가 배고픔과 추위에 떨게 하는 등 학대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군 형제는 22일 오후 아이들의 비명소리를 수상하게 여긴 이웃 주민의 경찰 신고로 구출됐지만, 부산 모 병원에서 눈과 코, 그리고 전신 타박상 등으로 전치 6주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이다.
병원측은 "구타로 인한 공포감과 함께 얼굴까지 심하게 멍이 들고 각막출혈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씨 부부는 이달 말 동사무소에서 박군 형제의 위탁양육 보조비로 25만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가정위탁양육은 부모의 질병·가출·이혼·수감·학대·사망 등으로 위탁양육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위탁부모를 발굴해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