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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관을 살려주세요" -한겨레 신문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03-08-21 조회수 5782
"사회복지관을 살려주세요"

사회복지사들은 왜 검은 리본을 달고 '궐기대회'에 나섰나

복지제도의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사회복지관 직원들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지난 7월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서울시 사회복지관 관장단이 모여 '궐기대회'를 열더니, 모든 사회복지관 건물과 이동목욕차량·푸드뱅크차량 등에 현수막이 내걸렸다. 사회복지사들이 검은 리본을 달고 일하기 시작했고, 7월29일부터는 시청 앞에서 차례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그들은 한입으로 말한다. "위기에 처한 사회복지관을 살려달라"고.

지난 8월8일 오후 서울시청 앞. 퇴약볕 아래서 1인 시위를 하던 김정은(62) 반포복지관장은 쓴소리부터 꺼냈다. "정부가 무책임하다. 저소득 서민층 복지증진이 말로만 되느냐." 흘러내리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김 관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복지사 40여명을 포함한 직원들 인건비만도 한해 5억원가량 든다. 그런데 정부 지원금은 2억원 남짓에 불과하다. 예산부족으로 직원들은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 지역 주민의 복지증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사용돼야 할 사업비 삭감도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질 높은 복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 점잖은 체면의 복지관장님이 거리로 나선 사연이다.


장시간·저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직원들


소외되기 쉬운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지역종합사회복지관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우후죽순으로 임대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정부는 89년 '주택건설촉진법'에 저소득층을 위한 아파트 건립시 사회복지관을 인구 10만명당 1곳씩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복지관은 모두 350여곳에 달하며, 이 가운데 91곳이 서울에 위치해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장애인복지관이나 노인복지관 등 특화된 형태의 이른바 '단종 복지관'이 생겨나고 있지만, 종합사회복지관은 여전히 사회복지시설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고 있다.

"사회복지관은 우리 사회 복지제도의 저변을 이루고 있는 버팀목이다. 지역사회 단위에서 최저 사회안전망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최성숙 신림복지관 부관장은 "소년·소녀가장이나 결식아동, 한부모 가정, 장애인 가정, 독거노인 등에 대한 지원사업을 비롯해 노숙자 보호사업, 알코올중독자 재활사업, 실직자 자활훈련에 이르기까지 100여개에 달하는 광범위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 지원하는 운영비는 전체 예산의 40~50%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지원금을 둘러싼 두가지 시각

실제로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사회복지시설 기능정립 및 표준운영모델 설정연구' 보고서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사회복지관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열악한 재정 상황을 꼽고 있다. 보고서를 보면, 사회복지관의 세입은 크게 △정부 보조금(46%) △교육프로그램 등 유료사업(33%) △법인 전입금(10%)과 후원금(11%)으로 나뉜다. 지난 2001년 각 사회복지관이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평균 3억9천여만원으로, 이는 연구원이 추정한 사회복지관 표준 운영경비 7억4천여만원에 턱없이 모자라는 액수다.

사회복지사 8명이 일하고 있는 상도복지관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이곳 복지관의 지난해 총예산은 약 7억5천만원이었다. 정부 보조금은 2억9천만원선이었고, 나머지 예산은 후원금과 법인 전입금, 기타 수익사업을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후원금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게다가 부족한 예산을 메워주던 주부교실 등 유료 교육사업도 주민자치센터 등 각종 무료 교육프로그램이 쏟아지면서 급속도로 경쟁력을 잃어갔다. 9년째 복지관을 운영하고 있는 신용규 관장은 "정부 보조금이 분기별로 지급되기 때문에 예산이 부족한 달에는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다. 개인적으로 빚을 얻어 월급을 주는 일까지 있다"고 전했다.

열악한 재정상태는 복지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함께 복지업무 종사자에 대한 낮은 처우와도 직결된다. 한 사회복지사는 "복지관에서 받는 초임이 연간 1200만~1300만원 수준으로 낮은데다, 10년이 지나도 2천여만원 수준에 머무른다. 저임금·장시간 노동에 허덕이는 사회복지사들의 이직률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사회복지관협회가 내놓은 '사회복지사 기초실태보고서'를 보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사회복지사는 전체 응답자의 47.8%에 달했다. 또, 전체 복지사 가운데 경력 2년 미만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서울시 사회복지관협회가 '정부보조금 현실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행동에 들어간 것은 이런 현실 때문이다. 한 복지관협회 관계자는 "개별 복지관 차원에서 부족한 운영비를 마련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더 이상은 역부족이다. 노인복지관과 장애인복지관처럼 사회복지관에도 정부가 운영비를 100% 지원해주는 것 외에는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물론 사회복지관 운영경비에 대한 정부 지원금 확대 문제에 대해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관 운영비를 100%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사회복지관 운영비 전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복지 업무는 공공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인데, 이를 민간에 대행시킨 것이다. 따라서 대형 업무에 소요되는 비용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면, "복지관을 운영하는 법인들은 사회복지사업 수행을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이므로 일정 부분 비용을 스스로 분담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복지서비스, 수요는 다양해졌는데…


복지 전문가들은 사회복지관의 기능을 △가족기능 강화사업 △지역사회 보호사업 △지역사회 운동사업 △지역사회 조직사업 등 크게 네 가지로 나눠 설명한다. 그동안 사회복지관의 역할은 해체가정 보호와 한부모 가정 지원사업, 재가복지 업무 등 가족기능 강화사업과 지역사회 보호사업에 국한돼 왔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복지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다양해지면서 종합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던 사회복지관의 위상과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사회복지관이 떠맡고 있는 복지전달 기능의 중요성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다. 박용오 가양4복지관 부관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서울에만 17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모두 동사무소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생계급여·주거급여 등 수당을 지급하는 행정관리 업무에 머무르고 있다. 여기에 준극빈층으로 분류되는 이른바 '차상위 계층'이 50만여명에 이른다. 이들에게 필요한 각종 복지 서비스는 고스란히 사회복지관의 몫으로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2002년 한해만 연인원 1250만명이 사회복지관의 서비스를 받았다. 인건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정부 보조금과 턱없이 모자란 복지예산. 흔들리는 사회복지관의 현실은 우리 사회 복지체계의 현주소와 정확히 맞닿아 있다.


<한겨레21 2003.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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