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들 "기술" 배워 사회 노크 컴 ·넷하우스, 재활훈련 통해 향기비누 ·쇼핑 상자 제작 판매 부산시공동모금회 등 지역사회 협력 큰 힘
오랜 기간 동안 질병을 앓고 있는 정신장애인을 괴롭히는 것은 자체의 증상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사회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생 주기 중 대부분의 시간을 질병과 싸우는데 보내 사회 속에서 자기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필요한 기술들을 습득할 수 있는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들이 새로운 취업의 기회를 갖기 위해 직업재활훈련을 하면서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곳이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 정신장애인들이 만드는 "향기로운 비누가게"
컴·넷하우스가 부산시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수행하고 있는 "향기로운 비누가게"는 정신장애인들이 기술을 익혀 천연 아로마 비누를 제조, 판매하는 것. 무엇보다 특별한 기술이 없는 정신장애인들이 비교적 쉽게 배울 수 있고, 작업 과정에서 위험성도 적어 채택된 프로그램이다.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향기로운 비누가게는 그동안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노하우를 축적, 판매용의 업그레이드된 비누를 생산하고 있다. 10여명의 정신장애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천연 아로마 비누는 최근 각종 행사와 바자회에서 판매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까지는 주로 같은 소속 복지기관의 바자회 및 행사에 출품하고 있지만 아직 판매 경로가 다양하지 못한 것은 과제. 하지만 최근에는 수익금도 남기며 점차 나아지고 있다.
#직업재활 자신감이 가장 큰 소득
향기로운 비누가게는 정신장애인에게는 제품 판매 이상의 의미가 있다. 재활의 꽃이라고 하는 직업재활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무엇보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이 가장 큰 소득으로 꼽힌다.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편견과 장기간의 투병으로 인해 다른 장애인들에 비해서도 취업 기회나 경험이 크게 부족하다. 이런 정신장애인들이 비누 제조의 기술을 익혀 제품을 제조하고, 이를 직접 판매까지 하면서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만들고 있는 것.
자신감 향상과 함께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그동안 가족에게만 의지해왔던 경제적인 부담도 조금이지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자존감 향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 비누 외에 포장 상자도 자체 제작
컴·넷하우스의 직업 재활은 비누 제작 외에 선물용 예쁜 포장 상자도 자체적으로 만들고 있다. 역시 각종 행사나 바자회에 출품을 하며 점차 영역을 넓히고 있다.
정신장애인들은 또 손수 만든 폴리머클레이 액세서리(점토로 모양을 만들어 오븐에 구운 뒤 도자기와 같은 느낌을 갖게 하는 고급스러운 액세서리)도 직접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처음에는 작업치료의 일환으로 정신장애인들의 집중력 강화와 정교한 손놀림 향상을 위해 실시되었지만 점차 노하우가 쌓이면서 판매도 가능한 수준의 작품들이 제작돼 최근 젊은층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처럼 컴·넷하우스의 향기로운 비누가게 등 정신장애인 재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지만 어려운 점도 없지 않다. 우선 지원받은 사업비만으로는 아주 기본적인 장비와 재료비만을 갖출 수밖에 없어 좀 더 다양한 제품의 제조가 어려운데다 직업재활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작업장 마련도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재활 프로그램의 실행이 장기적인 계획에 의하기보다는 외부 수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어려움으로 꼽히고 있다.
컴·넷하우스 이미현 사무국장은 "어려운 점이 있지만 향기로운 비누가게 등은 지역사회의 협력을 바탕으로 정신장애인들이 직업재활 및 독립생활을 꾀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