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영구노인복지관 첫 창단 - 드럼·보컬 등 13명 모집에 1차 심사 통과한 26명 경쟁 - 뮤지컬 경력자 등 수두룩
3일 오후 부산 최초의 실버밴드인 "비상" 단원을 뽑는 오디션이 열린 부산 수영구노인복지관에는 나이를 잊은 어르신들의 "무한도전"이 펼쳐지고 있었다.
오디션장에서 노래를 마친 양귀례(여·72) 씨는 그동안 갈고 닦은 드럼연주를 보여주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자리를 뜨지 못했다. "금정 청소년수련관에서 운영하는 밴드스쿨에서 3개월 동안이나 열심히 배웠는데…" 뒤에 대기자가 줄줄이 기다리는 것을 아는 심사위원들은 "오늘 심사기준은 박자감과 열정이니 드럼 기술은 입단한 후 보여달라"며 양 씨를 토닥인다.
정년퇴직 후 음악학원에서 드럼을 5개월간 배웠다는 최근범(66) 씨는 "노래를 못해서 악기를 배웠다"며 연주에서만큼은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오디션은 처음이라 무대 울렁증을 피할 수 없었다.
떨릴 만도 한 것이 이번 오디션의 경쟁률이 2대 1이다. 일렉기타, 드럼, 보컬, 신디 등 총 13명을 뽑는데 1차 심사를 거쳐 26명이 모였다. 전문학원에서 드럼연주를 배웠거나 뮤지컬 단원으로 활동한 고수도 있다. 뮤지컬 단원으로 지난해 백화점에서 공연을 했다는 이기우(72) 씨는 "지금도 뮤지컬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노래하는 것이 너무 좋아 보컬분야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학교 과학 교사로 30년 동안 일하고 은퇴한 뒤 복지관에서 노래를 배웠다. "원래 젊었을 때 성악가가 되는 게 꿈이었는데 여건이 안돼 배우지 못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밴드하는 게 재밌을 거 같아 지원했어요"
아마추어라고 결코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드럼 분야에 지원한 이명자(여·62) 씨는 "한달 전 오디션 공고를 보자마자 드럼을 배우기 시작해 개인레슨까지 받으며 연습했기 때문에 꼭 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소외된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공연으로 봉사를 하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노인대상 인터넷 뉴스인 실버넷뉴스 기자부터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까지 20년 넘게 봉사활동을 해왔다. 이 씨는 "개인레슨을 해준 선생님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직접 복지관에 전화해 "열의가 대단하니 꼭 뽑아줘라"고 말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한편 오디션 장 옆 대기실에선 지원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 노래 연습이 한창이다. 신디 파트를 지원한 박덕희(여·64) 씨는 마음이 안 놓이는지 대기실 한 귀퉁이에서 자신이 잘하는 피아노 악보를 꺼내 들고 연습했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오디션은 오후 4시가 넘어서야 끝났다. 심사위원 3명 가운데 한 사람인 인디밴드 플라코스틱의 김지옥 씨는 "평생 음악을 즐기고 가까이 한 분이 많아 수준이 기대보다 훨씬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안병욱 사회복지사는 "실버밴드 창단을 통해 노인들의 소극적, 수동적 이미지를 탈피하고 노인들의 사회 재진출을 돕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 입력: 2011.03.03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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