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같은 독거노인들은 요즘같은 연말이면 더욱 어디 갈 곳도 없고,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습니다. 하루하루가 너무 외롭고 우울합니다." 부산 금정구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 신모(68) 어르신의 넋두리다.
미술 치료·다도·영화관람… 또래와 어울릴 기회 제공 소외감·우울증 완화 중점
이처럼 특히 연말이면 더욱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 독거노인들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렇다치더라도 사람이 그리운 외로움까지 겹치면 자칫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우울증에다 소외감까지 몰려오면 생을 달리 하고 싶은 극단적인 마음까지 이를 수 있다.
최근 들어 노인들의 자살이 증가하고 있는 한 원인이다. 부산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독거노인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 우울증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 "브라보 마이 라이프(Brovo My Life)"운영, 주목을 받고 있다.
#소외감 등으로 인한 우울증, 자살로 이어져
우리나라의 노인자살률은 OECD 회원국 중 1위로, 하루 평균 12명의 노인이 스스로 세상을 등진다고 한다.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인 우울증의 경우 보건복지가족부에 의하면 최근 5년간 70세 이상의 환자 증가율이 약 78%로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노년기는 우울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기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신체적 질환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에다 사회적 고립까지 겹쳐 소외감을 절절히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외감은 사회적인 관심 저하로 이어져 사회활동이나 대외관계도 멀리하게 된다.
특히 노인들은 배우자와의 사별 등 주요 사건을 경험한 이후 여기저기 아픈 곳이 많다거나, 평소 기운이 없어 보인다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따라서 노인 자살의 가장 결정적인 위협 요인인 우울증 노인에 대한 관심과 조기 발견, 사회복지 영역에서의 효과적인 프로그램이 필요한 실정이다.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김영곤 소장은 "현재 긴박한 자살 위험도를 갖고 있지는 않더라도 취약성을 가진 우울증 노인을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격려와 지지로 소외감을 줄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 제로, 행복 플러스" 지향
"브라보, 마이 라이프" 프로그램은 지난 1월부터 주1회(금요일) 실시되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우울증 완화와 예방을 위해 음악 및 미술, 다도치료와 같은 치료기법과 지역 내 의료기관, 대학, 기업 등과 연계해 건강치료, 영화관람, 나들이 등 사람들과의 어울림을 통한 소외감 해소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음악치료는 우울증 노인이 억압되고 우울했던 자신의 감정을 노래, 악기 연주, 율동을 가미한 음악으로 표현,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여유로움을 갖게 해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를 만든다. 미술치료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 볼 수 있으며, 다도(茶道) 역시 정서적 안정으로 불안감 감소, 기분 상승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밖에 나들이, 영화관람, 시장 보기 등으로 생활 속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껴보기도 한다.
남모(80·부산진구 양정동) 어르신은 "평소 혼자 지내 이야기 상대가 마땅히 없었는데, 미술치료 시간에 내가 생각한 것을 표현해 보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어울릴 수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은 내년에는 두 달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3월부터 2010년 프로그램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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