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을 만나며 세대차를 뛰어넘어요." 지난 19일 오후 궂은 날씨 속에서도 할머니를 처음으로 만난다는 생각에 학생들은 들떠 있었다. 이날은 동평여중 3학년 문희은,양정화,서민정양과 개금고 3학년 김재영군이 박양실(94·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할머니를 찾아가 종이접기를 가르쳐 드리는 날이었다.
격주에 한번씩 홀로 사는 노인을 찾아 종이접기 등을 해주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동평여중생들. 김병집기자 bjk@ 이날 직접 준비한 색종이로 학생들이 만든 것은 강아지. "할머니,이렇게 먼저 접고요. 그 다음에 이렇게 하는 거예요" 민정양이 할머니에게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하자 할머니도 날렵한(?) 손놀림으로 따라하면서 곧이어 멋진 강아지가 탄생했다.
희은양은 "할머니와 같이 종이접기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며 준비했어요. 다음주 토요일에는 또 원피스,저고리 등 할머니가 잘 하실 수 있는 것을 준비해 올 거예요"라며 연신 미소를 띄며 말했다.
마치 친손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할머니는 젊었을 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야기꽃을 활짝 피웠다. "할머니,왕년에 엄청 미인이셨네요"라는 정화양의 말에 할머니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할머니는 "나 같은 늙은이를 보러오다니 고맙지. 한국의 아들 딸들이 똑똑하고 듬직해서 좋다"며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재영군은 "할머니를 위로하려고 찾아왔는데 할머니의 말씀에 오히려 우리들이 힘을 얻었다"면서 "앞으로 학교를 가지 않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자주 할머니를 찾아가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 학생이 결성한 "온고지신(溫孤知新) 봉사단"은 "외로운 어르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고 어르신들은 청소년들을 새로 알게 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독거노인과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세대공감을 위한 것.
종이접기는 어르신들이 손가락 조작 기능훈련을 통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 지난 8일 발대식을 가진 "온고지신 봉사단"은 단순한 말벗되기에서 탈피해 △안마팀(집에서 가능한 맨손체조·건강체조 가르쳐 드리기,간단한 안마해 드리기) △책·신문 읽어 드리기팀 △노래 가르쳐드리기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진 4개팀으로 편성됐다. 이들은 개금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된 몸이 불편한 독거노인 5명을 찾아가 자원봉사를 벌일 예정이며 이날이 그 첫 번째 봉사날. 오는 11월까지 8개월에 걸쳐서 봉사가 이뤄진다.
이 자원봉사단은 동평여중 56명,개금고 35명,한국과학영재학교 12명,중앙중 6명 등 총 109명으로 구성돼 학생들이 학교를 가지 않는 "놀토"와 일요일 등에 어르신들을 방문할 계획이다.
개금종합사회복지관 김수미 복지사는 "이런 만남을 통해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됐다"면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면서 세대 간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세헌기자 corn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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