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실정에 맞는 복지계획을 세우기 위해 설치가 의무화된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자치단체의 의지 부족으로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서울시가 추경예산을 편성한 긴급 생계대책의 졸속심사가 우려되고 있다.
◇ 5개구 구성조차 안돼=서울시는 지난달 22일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갑작스럽게 생계가 어려워진 가구에 100억원을 지원하고 임대주택 1천 가구를 제공하는 등 서민층 긴급생계 대책을 내놓고 각 자치구의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이하 협의체)가 지원 대상자를 심사하도록 했다. 하지만 서울시 전체 25개 구 가운데 강남·강서·구로·금천·도봉구 등 5개 구가 구의회에서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아직 협의체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이미 협의체가 구성된 지자체 가운데서도 실질적인 운영이 안되는 곳이 많다.
영등포구는 대표협의체만 만들었을 뿐 실무를 담당할 실무협의체는 구성조차 못했다. 또 협의체 예산을 별도로 책정하지 않고 실무인력은 기존 사회복지계가 그대로 맡도록 했다. 구청 관계자는 "13일 대표협의체 회의를 열어 실무협의체를 꾸릴 예정"이라며 "이미 각 동에서 신청을 받아 실태조사를 하고 있어, 서울시 추경안만 통과되면 곧바로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서울시 추가경정 예산안이 오는 13일 서울시 의회에 상정돼 통과될 예정이어서 시와 구청 사이에 엇박자가 생긴다는 점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은 지역사회복지협의체가 심사를 하고, 구성이 안된 곳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생활보장위원회에서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 협의체 취지 못살려=지역사회복지협의체는 2003년 개정된 사회복지사업법에 따라 각 지자체가 지난 7월 말까지 만들도록 의무화됐다. 협의체는 민관이 협력해 지역사회의 복지 수요를 파악해 지역에 맞는 효율적인 복지계획을 수립하는 등 복지행정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협의체가 구성이나 운영이 부실해, 서민층 긴급 구제를 목적으로 마련한 서울시 추경예산이 필요한 계층에게 제대로 지원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어 우려되고 있다.
협의체 구성원도 애초의 민관 협력 취지와 달리, 공무원과 유관단체 관계자 위주로 채워지고 주민대표나 시민단체 대표 등은 몇 명만 끼워맞추기 식으로 배정되는 점도 이런 우려를 더하고 있다.
김희명 민주노동당 영등포지구당 부위원장은 "지자체들이 추경예산 따기에 급급할 뿐, 지역의 복지 욕구나 실태 등 조사에는 등한히 하고 있다"며 "실무자들이 긴밀한 네트워크를 조직해 주민이 어떤 도움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해야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이중수급 등의 문제를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